개인 일기 vs 소셜 일기: 당신의 단어들에게는 나만의 방이 필요합니다
지난 10년 사이 어느 순간부터인가, 가장 은밀해야 할 사적인 것들이 모두 공적인 전시품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사진들, 음악 플레이리스트, 심지어 아침으로 뭘 먹었는지까지 모두 피드 위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다음 차례는 당연하게도 일기였습니다. 앱들은 하트 모양의 좋아요 버튼과 댓글 창을 추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자물쇠 대신 팔로워가 달린, 사람들과 공유하는 일기장이라는 개념이 탄생한 것입니다.
이쯤 되면 과연 그것을 일기장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한 번쯤 질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기장은 당신이 유일하게 '흥미로운 사람'일 필요가 없는 공간입니다. 똑같은 말을 지루하게 반복해도 되고, 지나치게 극적으로 굴어도 되며, 남을 부당하게 탓하거나 깊은 혼란 속에 빠져 있어도 괜찮습니다. 허락받지 않고도 그저 공간을 온전히 차지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정직함은 오직 사방이 단단한 벽으로 둘러싸인 방 안에서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피드는 글쓰기를 변형시킵니다
아무리 작고 다정한 그룹일지라도 누군가를 위해 글을 쓰는 순간, 우리는 편집을 시작합니다. 맞춤법을 고친다는 뜻이 아닙니다. 진실을 고친다는 뜻입니다. 치졸한 억울함, 털어놓기 민망한 헛된 희망, 타인에게 결코 보여주고 싶지 않은 찌질한 내 모습을 살짝 빼버립니다. 당신이 거짓말쟁이라서가 아닙니다. 그저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누군가 지켜보고 있을 때 무의식적으로 연기를 하기 마련이니까요.
블로그라면 그래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일기장에게 그것은 치명적입니다. 일기의 존재 이유는 입 밖으로 차마 꺼낼 수 없는 진짜 문장을 적어두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좋아요'를 받을 수 있는 곳에서는, 당신은 결코 그 진짜 문장을 쓰지 않게 될 것입니다.
공개된 피드와 개인 일기장의 차이는, '누군가에게 지켜봐 지는 것'과 '나를 진정으로 이해받는 것'의 차이입니다.
프라이버시는 부가 기능이 아닙니다
언제부턴가 "프라이버시"는 사람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설정창 구석에 대충 처박아두는 기본 옵션, 즉 일종의 각주처럼 취급받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일기장에서 프라이버시는 설정 옵션이 아닙니다. 일기장이라는 제품 그 자체입니다.
일기장 앱에서 가장 중요한 디자인적 선택은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입니다. 피드도, 공개 게시판도 없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내면세계를 우연히 엿볼 방법도, 낯선 사람이 내 마음속을 엿볼 방법도 완전히 차단되어야 합니다. 당신이 쓴 글은 당신이 남겨둔 바로 그곳에 영원히 머뭅니다. 누구에게도 팔리지 않고, 어디에도 전시되지 않으며, 오지도 않을 누군가를 위해 미리 리허설을 하지도 않습니다. 관객도, 피드도 없으며, 무심코 스크롤을 내리며 당신의 글을 지나칠 낯선 사람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단어들은 연기를 위한 대본이 아니라, 오롯이 당신만의 것입니다.
만약 어느 날, 의미 있었던 문장 한 줄이나 이번 달이 어땠는지 보여주는 카드 한 장처럼 무언가를 공유하고 싶은 순간이 온다면, 당신의 일기장 전체를 끌어들이지 않고 당신이 원할 때만 선택적으로 공유할 수 있습니다. 공유는 언제부터 뚫려 있었는지 모를 벽이 아니라, 당신이 원할 때만 손잡이를 돌려 열 수 있는 견고한 문이어야 합니다.
이러한 선택은 글쓰기의 본질 자체를 바꿉니다. 일기가 요구하는 완벽한 솔직함은, 내 글이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고, 절대 팔리지 않으며, 그 누구의 피드에도 전시되지 않는다는 완벽한 믿음 위에서만 숨 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진짜로 지켜내고 있는 것
이 모든 것을 '프라이버시'라는 단어로 포장하기는 쉽습니다. 뭔가 방어적으로 들리기도 하죠. 하지만 당신이 정말로 지켜내고 있는 것은 '허락'입니다. 못난 글을 쓸 수 있는 허락. 어제 쓴 일기와 오늘 쓴 일기의 앞뒤가 맞지 않아도 되는 허락. 화요일에는 "모두가 꼴도 보기 싫어"라고 적고, 금요일에는 "나는 모든 사람을 사랑해"라고 적어놓고, 그 두 가지 마음이 모두 나의 진실임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 있는 허락 말입니다.
벽이 있는 방은 단지 다른 사람을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을 뱉어낼 때까지, 당신 자신이 그곳에 머물 수 있도록 지켜주는 것입니다.
가장 진실한 글들이 결코 피드에 올라오지 않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애초에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쓰인 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글은 굳게 닫힌 방 안에서, 잠시나마 세상에 다른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사람에 의해 쓰인 것입니다. 진짜 문장들은 바로 그런 곳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당신의 단어들에게는 나만의 방이 필요합니다. 그것들이 부끄러운 비밀이어서가 아니라, 오직 당신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Your story deserves a quiet place to be he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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